스마토라 Smartorah

잘 살고 싶은 보통 사람의 기록

  • 2025. 4. 23.

    by. Ms.한발만

    월곡산
    월곡산 정상

     

    서울 성북구 종암동은 흔히 지나치는 동네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조용하고 단단한 삶의 결이 숨겨져 있다.
    지하철 6호선과 내부순환도로가 지나고,
    대형 쇼핑몰이나 화려한 관광지는 없지만,
    대신 이곳에는 소박하고 일상적인 ‘서울의 진짜 풍경’이 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월곡산(月谷山)이 있다.
    해발 70여 미터, 매우 낮은 산이지만
    이 산은 오랫동안 종암동과 월곡동 주민들의
    ‘걷는 일상’을 지탱해온 조용한 언덕 같은 공간이다.

    월곡산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나무숲을 걷는 것이 아니라
    도심 속에 남아 있는 ‘느림과 고요’를 만나는 일이다.
    오늘 소개할 월곡산 산책길은
    서울 중심에 가까우면서도 생각보다 많은 자연을 품고 있는
    진짜 ‘동네산책’의 미학을 보여주는 길이다.

     

    월곡산의 이름과 유래

    ‘월곡산(月谷山)’이라는 이름은
    달(月)이 뜨는 골짜기(谷)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과거 이 지역은 농촌 마을로,
    해 질 무렵 골짜기 사이로 떠오르는 달이
    유독 아름다워 ‘달골’, ‘월곡’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월곡산은 그 월곡동과 종암동 사이에 있는 낮은 능선이며,
    동네의 이름과 함께 오랜 세월을 살아온
    지형적 정체성이기도 하다.

    산세는 높지 않지만 능선이 부드럽고
    초입부터 정상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데다
    숲의 밀도가 높아,
    계절마다 햇살과 나뭇잎의 색이 조용히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월곡산 산책코스 안내

    월곡산 데크길
    월곡산 데크길

     

    월곡산은 둘레길과 능선길이 비교적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
    가볍게 걷고 쉬기에 좋은 구조다.
    전체 산책 시간은 약 30분~1시간,
    걷는 속도에 따라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

     

    ① 월곡산 정상 코스 (정문 → 계단길 → 정상)

    • 진입: 종암로 월곡산공원 입구 (길음역·고대역 중간 지점)
    • 코스: 월곡산공원 입구 → 흙길 계단 오름길 → 정상 → 순환 후 공원 광장
    • 특징: 코스 초입은 계단이지만 완만하고 짧음
    • 하이라이트: 정상부에 올라서면 성북구 시가지와 북악산 방향 조망 가능

    이 코스는 짧지만 산책의 기본 요소를 다 갖춘 코스다.
    흙길, 데크길, 나무계단, 벤치, 전망대, 나무 그늘까지
    조용하고 안정된 산책 경험이 가능하다.

     

    ② 종암동 순환형 산책로 (둘레길 형태)

    • 진입: 종암초등학교 뒤편 or 종암로 뒷길
    • 코스: 산책로 입구 → 야자매트 길 → 숲길 순환 → 완만한 데크 하산
    • 특징: 경사가 거의 없고 걷기 매우 편안함
    • 하이라이트: 봄철 벚꽃길 / 여름엔 녹음이 우거짐

    이 길은 산책 초보자나 시니어층에게 추천되는 코스다.
    특히 조용한 오후나 이른 아침엔
    동네 주민들과 마주치며 인사를 나눌 정도로
    정감 있는 동네 산책길로 자리 잡고 있다.

     

    월곡산 철쭉공원 – 봄이 머무는 언덕

    월곡산의 초입부,
    종암동 주민센터 뒷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작지만 강렬한 봄을 담고 있는 공간 하나를 만나게 된다.
    바로 월곡산 철쭉공원이다.

    이 철쭉공원은 해마다 4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
    보랏빛 철쭉이 산책길을 따라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곳이다.
    공식적인 축제는 없지만,
    성북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철쭉 언덕’, ‘달골철쭉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철쭉길이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S자 형태로 구불구불 이어지며 산책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햇살이 좋은 날엔 꽃과 그림자가 교차하고,
    사진을 찍는 주민들과
    벤치에 앉아 꽃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도심 속 봄날의 정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한 이 철쭉공원은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요 입구와 연결되어 있어,
    산책 초입의 화사함이 길 전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이다.
    봄철 월곡산을 걷는다면 이 철쭉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도심 속에서 멀리 가지 않고도
    계절을 오롯이 느끼고 싶은 날,
    월곡산 철쭉공원은 그 봄의 답이 되어준다.

     

    월곡산 도서관 – 산책길 아래 작은 문화 쉼터

    월곡산 둘레 아래에는
    종암동 주민센터와 작은 도서관, 문화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그 중 ‘월곡꿈그림도서관’은
    이 산책길의 매력을 완성해주는 중요한 공간이다.

    • 위치: 월곡산 둘레길 하단, 종암동 주민센터 근처
    • 운영: 성북구립도서관 소속
    • 특징: 작은 규모이지만 열람실, 아동자료, 지역 문화 프로그램 운영
    • 활용: 산책 후 책 한 권 읽거나 조용히 머물기에 적절

    특히 평일 낮 시간엔 조용히 책을 읽는 어르신들,
    유아와 함께 방문하는 보호자들의 모습도 자주 보이며,
    산책 → 휴식 → 독서로 이어지는
    조용한 동네 루틴을 완성시켜 준다.

     

    교통편과 접근성

    월곡산은 지하철, 버스, 도보 접근이 모두 편리한 위치에 있어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인근 구에서 일부러 찾는 이들도 있다.

     

    🚇 지하철

    • 6호선 월곡역 또는 고려대역 → 도보 10~12분
    • 길음역(4호선) → 종암로 따라 도보 15분
    • 석관동·장위동에서도 도보·버스 접근 가능

     

    🚌 버스

    • 종암사거리 정류장 / 종암동주민센터 앞
    • 간선 102, 104, 지선 1111, 1213 등 다수 정차
    • 고려대 병원, 월곡동 중간 지점에서 진입 가능

     

    🚶 산책 진입로

    • 종암초등학교 뒤편
    • 종암로 골목길
    • 월곡산공원 입구 (가장 정돈된 코스)

     

    계절별 풍경과 감성 포인트

    • : 산책로 입구와 둘레길 사이사이 벚꽃, 개나리, 진달래 군락
    • 여름: 그늘 많아 시원하고, 새소리와 바람이 어우러짐
    • 가을: 단풍과 은행나무 노란빛이 산책길 위로 떨어짐
    • 겨울: 얕은 언덕이지만 눈 내린 날은 하얀 풍경 감상 가능

    정상부에는 나무 데크 벤치와 정자가 설치돼 있어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쉬기에도 딱 좋은 구조다.

     

    마무리하며 – 작지만 완벽한 동네 숲의 가치

    월곡산은 높지 않다.
    그리고 관광지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
    사람이 많지 않고,
    광고판도 없고,
    대신 나무와 바람과 걷는 사람의 발소리만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진짜 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종암동은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동네가 아니다.
    월곡산과 그 아래 도서관은
    이 동네 사람들의 삶의 속도를 천천히, 조용히 지탱해주는 존재다.

    멀리 갈 필요 없다.
    서울 안에도 이렇게 걷기 좋은 곳이 있다.
    작고, 조용하고, 아주 일상적인 산책이 필요한 날,
    월곡산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