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책 ②] 남산 – 도심에서 가장 부드럽게 걸을 수 있는 산
서울 한복판에서 시작하는 첫 산행, 남산을 걷다
서울은 도시답게 빠르게 흐른다. 바쁘게 걷고, 부지런히 지나가고, 때로는 눈앞의 하루를 넘기기에도 벅찰 때가 많다. 그런 도심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나는 남산을 떠올린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충분히 걷는 기분이 들고, 어둠이 내려앉은 후에도 서울의 빛을 바라볼 수 있는 곳. 남산은 '산'이라는 단어보다 '여유'와 '산책'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이 산은 행정구역상 용산구에 속하며, 북쪽은 중구, 동쪽은 성동구와 맞닿아 있다. 서울에서 가장 상징적인 자연공간 중 하나로,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그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면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높은 건물들 사이로 솟아있는 이 산은 매일 보는 듯하지만, 직접 걸어보기 전까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남산은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직접 걸어보아야 할 산이다.
남산의 이름과 유래 – 목멱산에서 남산까지
‘남산(南山)’이라는 이름은 서울의 중심인 경복궁을 기준으로 남쪽에 위치했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남산은 원래 '목멱산(牧繹山)'이라 불렸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고, 조선시대에는 봉수대와 군사시설이 설치되어 중요한 전략적 장소로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신사가 세워지는 아픔도 겪었지만, 해방 후에는 그 자리에 남산도서관이 세워지며 교육과 휴식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현재는 ‘남산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시민 휴식 공간이며, 남산 서울타워, 팔각정, 둘레길, 케이블카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적인 장소로서의 의미도 크다.
특히 남산의 정상부에는 봉화대 터와 팔각정,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타워(N서울타워)**가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남산을 단순한 등산지 이상의 ‘상징적인 목적지’로 여긴다.
초보자도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산, 남산
남산이 초보자에게 좋은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우선 높지 않다. 해발 262m. 그 말은 곧 ‘숨이 차올라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높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등산로가 등산로답지 않다.
정비된 데크길, 가로등이 있는 흙길, 중간마다 놓인 벤치와 쉼터.
등산이라기보단 산책이다. 그것도 조금 천천히, 땀이 맺힐 정도로만 걷는 산책.
걷는 사람 반, 뛰는 사람 반, 자전거 타는 사람 반... 그리고 버스 탄 사람 반...
나는 명동 쪽 입구에서 시작해 서울타워 쪽으로 올라간다.
계단이 몇 군데 있지만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한 걸음씩 걷는 동안 주변의 조용한 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걷다 보면 팔각정, 분수대, 전망 데크 같은 포인트가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걷는 리듬에 맞춰 자신만의 템포를 찾게 된다.
초보자에게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산행’이고, 남산은 그걸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서울의 야경을 가장 가볍게 만나는 곳, 남산
남산은 낮에 걷기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야경’으로 유명한 산이다.
서울의 수많은 불빛을 가장 조용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곳.
서울타워 주변 광장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강 건너 강남의 고층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인왕산, 북한산 능선이 실루엣처럼 보인다.
남산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그만큼 ‘심리적으로 가까운 야경지’다.
굳이 먼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퇴근 후 운동화 하나 신고 지하철 타고 도착하면
어느새 탁 트인 서울의 야경이 나를 맞이한다.
남산은 그렇게 특별한 준비 없이, ‘그냥 걷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곳이다.
서울타워 전망대는 유료이지만, 외부 광장과 전망 데크만으로도
서울 시내 야경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커플 데이트 명소로도 유명하지만,
혼자 걷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좋은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야간 조명이 잘 되어 있어 밤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전망대 주변은 카페, 자판기, 포토스팟 등이 있어 짧은 쉼을 즐기기에도 좋다.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하게 빛나는 도시를 바라보는 이 시간은
하루의 끝을 다정하게 마무리해주는 남산만의 선물이다.
남산의 대표 코스 –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길
남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코스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만 해도 여러 갈래가 있고,
순환형 둘레길, 데크길, 계단길, 산책로 등 형태도 다양하다.
길을 잃을 걱정도 없다.
서울타워라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고,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코스로는 명동역 → 서울타워 방향 코스가 있다.
2.5km 정도로 30~40분이면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고,
계단과 경사로가 섞여 있지만 부담 없는 수준이다.
또 하나는 국립극장 → 순환로 코스.
이 코스는 완만한 흙길과 나무 데크길이 이어져 있어 산책처럼 걸을 수 있으며,
도심 속 자연을 가장 부드럽게 체험할 수 있다.
서울시가 조성한 ‘남산 둘레길’은 총 연장 약 7.5km로,
회현역, 국립극장, 한남동, 명동, 충무로 등
서울 중심부 여러 지점에서 진입할 수 있어 접근성도 매우 우수하다.
중간중간 전망대, 쉼터, 포토스팟이 다양하게 있어
코스 자체가 지루할 틈이 없다.
계절에 따라 풍경도 완전히 달라지므로
남산은 한 번 오르고 마는 산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찾게 되는 산이다.
서울타워와 야경, 남산이 선물하는 밤의 풍경
남산에 올라 서울타워를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등산이 주는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도시 전체에 불이 들어왔고,
서울타워 아래 넓은 광장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 서울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마시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은,
어떤 고급 카페의 음료보다 위로가 깊었다.
서울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외부 전망데크만으로도 충분했다.
남산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바람이 살짝 차가웠지만, 그 바람 덕분에 생각이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산길은 회현 쪽 방향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가로등이 있는 길이라 위험하진 않았지만,
야간 등산을 계획한다면 손전등이나 휴대용 라이트는 챙기는 게 좋겠다.
또 밤엔 기온이 확 떨어지니 얇은 바람막이나 가벼운 겉옷도 준비하면 좋다.
도심 속 첫 등산, 남산에서 한 발만 내딛자
남산은 ‘처음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최적의 산이다.
높지 않지만 올라갈 맛이 있고, 어렵지 않지만 뿌듯함이 남는다.
서울의 산들이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면,
남산은 ‘걷는 걸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고 나면, 내려오게 되고
내려오면, 다시 오르고 싶어진다.
그게 남산의 힘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바람을 맞고,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조용한 시간.
나처럼 등산이 처음이거나,
운동보다 마음 정리를 원한다면,
남산에서 한 걸음만 먼저 내딛어보자.
그 한 발만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서울산책 ①] 초보자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서울 근교 등산코스 - 아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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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 숲길, 아차산을 오르며서울처럼 바쁜 도시 안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자연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된다. 아차산은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장 자주 찾는 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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